야부리의 심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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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고등어 좋아 하자나? (고등어구이)

Midnight Diner

대학교를 다닐 때의 일이다..

난 전혀 뛰어난 학교라고 할 수 없는 지방 4년제 대학교를 다녔고,, 

(네이버 웹툰,, '복학왕'의 기안대학교보다는 조금 좋은,,)

수업을 마치면,,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가는일이 대부분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학교가 부산에서 반송이라는 다소 외곽에 위치해 있었기에,, 학교 앞에서 마시기 보다는

동래라는 부산의 한 번화가로 나와서 자주 술을 마셨다..

특히 대학교의 많았던 친구들 중 아직까지도 '돼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친구와 주로 술을 마셨는데,,

(이 친구는 별명답게 뚱뚱했다.. 그리고 지금은 더 뚱뚱해졌다..)

스물 다섯, 여섯 살 때쯤의 대학생이 무슨 돈이 많겠는가,,

우리는 싸고 그리고 조금은 조용한 단골 술집을 찾기 위해 애를 썼고,,

우리는 동래에서 몇 군데의 단골 술집을 만들게 된다..

오늘은 그 단골 술집 중 한 곳의 이야기다..

 

 

 

'즐거울 樂'

 

이 가게의 이름이 즐거울 락이었는데,, 첫 인상은,, 흠,,

통나무 등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었고,, 조금은 많이 머리가 벗겨진 왜소한 체격의 인상 좋은 사장님이 우리를 반겼다..

 

 

여기다 그래 여기야!!

 

즐거울 락의 내부 모습이다

 

 

고등어구이, 오뎅탕, 계란말이, 새우구이 같은 포장마차같은 메뉴를 파는 가게였고,,

고등어구이 같이 싼 메뉴는 단돈 7천원에 불과한 아주 저렴한 우리에게는 딱 맞는 그런 가게,,

 

우리는 여기서 주로 고등어구이를 먹었다.

부산에서는 고등어구이가 두가지 종류로 나눌수가 있는데,,

고등어를 맛있게 구은 후,, 찍어 먹을 수 있는 간장과 함께 나오는 일반 고등어구이와

고등어를 구은 후 마지막에 매콤달콤한 양념을 발라 나오는 양념 고등어구이 (고갈비라고도 불린다)

 

 

즐거울 락에서는 두가지 고등어 구이 중 선택을 할수가 있었고,,

우린 담백한 일반 고등어 구이를 주로 먹었다..

그리고 고등어 구이와 함께 주로 소주..를 즐겼지만,,

가게의 인테리어 덕분인지,, 아님 너무 많이 둘이서 마셔서 취하기 싫어서인지,,

돼지와 나는 소주 외에도 대통이라고 불리는 대나무 통술도 많이 즐겼다..

 

 

대나무 통술은 병으로 나오지 않고 특유의 대나무 통에 담겨져서 나왔는데,,

도수 자체가 소주보다 약했고,, 맛은 청하 비슷하게 목넘김이 훨 좋았던 술이다..

 

 

고등어 구이를 시키고 소주 2병 정도 마시면,, 계산 할 금액이 13,000원

주머니가 가볍다 못해 거의 털털 비어있었던 우리에게는 너무나 좋은 가게였고,,

그래서인지 우리 둘은 이 가게에 일주일에 평균 3번 정도는 들르게 되었다..

(그래도 돼지는 나보다 풍족했다.. 그래서 돼지가 나보다 돈을 많이 냈었다.. 고맙다..)

 

우리는 그때 어려서 단골 가게라도 쉽게 사장님과 친해지거나 그러지는 못 했는데,,

즐거울 락의 사장님은 편한 인상과 함께 우리에게 먼저 다가왔다..

40대 초반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삼성중공업 정직원으로 근무하다가 명예퇴직을 하고 가게를 차렸단다.. 내 기억으론 그렇다..

워낙 자주오다보니 고등어 구이 하나 시키는 우리에게도 많은 서비스 안주를 주었었고,,

우리는 염치없게도 넙죽넙죽 잘 주워 먹었었다..

 

 

그렇게 2년 정도 그 가게를 들락 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 야부리야! 돼지야! 너희들 이번 주 금요일에 뭐하니? 술 마시러 올래? "

 

 

뭐지 이건,,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헌팅인가,,

 

 

" 학교 마치면 아무것도 할 것 없어요,, 왜요? 그 날 뭐 있어요? "

 

" 사실은 가게를 접기로 했어.. 그래서 그 날 가까운 사람들 모아서 파티 하려고.. "

 

" 네.. 꼭 오도록 할께요.. "

 

 

다소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가게에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동래라는 곳이 신종 번화가로 한창 뜨고 있을때쯤이라,, 가게의 월세도 엄청 났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단골 가게가 사라지다니,,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돼지와 나는 그 날 즐거울 락으로 갈건지 말건지를 한참을 고민했다..

다소 슬프기도 했고,, 사장님의 주위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 같은데,,

우리가 뭐라고 가서 그 자리에서 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컸다..

우리는 동래의 다른 가게에서 1차를 하다가 결국은 즐거울 락으로 가기로 하고 향했다..

 

 

 

" 야부리, 돼지 왔니!! 잘 왔어 "

 

" 네 형님 (첨엔 사장님이라고 부르다가 어느 순간부터 형님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

 

" 그래 뭐 먹을래? 안주 아무거나 다 되니깐 골라봐! 다 공짜야 "

 

 

공짜.. 이런 기회가 많이 없는데,, 우린 눈치가 보였다..

사실 이 가게에는 저렴한 고등어 구이 같은 메뉴가 주 메뉴 였지만,,

대하구이같은 그때 당시로 25,000원 가량의 고가 메뉴도 상당히 존재했었다..

우린 망설였다..

 

 

" 돼지.. 대하구이 달라고 할까? "

 

" 좀 그렇지 않나? 어쩌지,, 진짜 어쩌지,, " 

 

 

사실 우리는 둘 다 A형에 소심한 대학생이었다..

결국 그렇게 우리는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고,, 계속 망설이고만 있었다..

 

 

" 야부리, 돼지야 왜 아직 안 고르니? 먹고 싶은게 없니? "

 

" 아니요,, 그게.... "

 

계속 그렇게 망설이고만 있으니,,

 

" 너희들 고등어 좋아 하자나? 맞지? 고등어 해줄께 있어봐.. "

 

 

 

OH MY GOD....

 

 

사장님,, 아니 형님,, 우리가 고등어를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 공짜라면서요,, 그럼.. 꼭 그렇게 고등어를 먹을 필요가..

하지만 소심한 우리는 결국에는 사장님이 맛있게 구워온 고등어를 먹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가게에는 사장님의 지인이 많았기에,, 우리는 급하게 고등어와 소주잔을 비우고 가게를 떠났다..

 

 

" 형님 우리 이제 가보겠습니다.. "

 

" 벌써 가려고? 더 먹지,, 다른거 더 해줄까? "

 

" 아니요.. 빨리 가봐야해서요.. "

 

" 그래,, 앞으로 뭐 또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부 열심히 하고!! "

 

" 네 형님,, 형님도 앞으로 뭐 하시든지 행복하세요,,!! "

 

 

 

즐거울 락에서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 이후로 돼지와 나는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면서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돼지는 방송작가가 되겠다는 푸른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을 했다..

이상한 케이블 채널 막내 작가를 하더니,, 결국엔 메이저에 입성은 못하고 택배를 했다..

 

 

돼지가 서울로 떠난게 한 7년은 된 것 같은데,, 그 이후로 우리가 본 횟수는 10번도 안되는 것 같다..

앞으로 이 블로그를 작성 하면서 돼지와의 얘기가 많이 나올 것 같은데,,

돼지와 가장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 즐거울 락 그리고 고등어와의 추억이다..

물론 우리는 생선 보다는 육고기를 좋아했지만,,

형편 탓에 우리의 소주 파트너가 되었던 고등어,,

사는 지역이 달라서 앞으로 저녁에 만나서 고등어와 함께 소주 한 잔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려나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일반 고등어 & 양념 고등어 두 마리 시켜놓고,, 소주 한 잔 마시고 싶다..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절했던 즐거울 락 사장님,, 아니 형님,,

머리는 더 벗겨지셨는지? 건강 하신지? 지금은 무슨 일 하시는지..?

만약에 만나게 되면 지금은 제가 소주 한 잔 대접하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