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또 말아먹을라고!! (돼지국밥)
Midnight Diner이 포스트를 작성하려고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TV나 영화에서 보면 말이야,
" 주모 여기 국밥 하나 말아주소! "
이런 대사와 장면이 엄청나게 나오고,
다소 우락부락한 인상에 수염이 더룩더룩한 장정이
국밥을 우걱우걱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과연 그 국밥은 어떤 국밥일까?
소고기국밥? 돼지국밥? 설렁탕? 육개장?
조선시대나 이럴 때,,
일반 서민들이 고기가 들어간 국을 그렇게 먹기는 어려웠을테고,,
찾아보니,, 시래기 등이 들어간 우리가 현재 '장터국밥'이라고 불리는
그런 국밥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돼지뼈를 우린 국물에
여러 부위를 돼지 고기를 수육으로 삶은 후 넣고
밥과 함께 말아서 먹은 음식이다.
대개 부추를 곁들이고 밑 간은 새우젓으로 하며,
그리곤 기호에 따라 양념장을 넣어서 먹는 누가봐도 대중적인 음식 돼지국밥!
내 기억속에 처음으로 등장한 돼지국밥은 언제 였을까?
다소 쉽게 생각이 떠올랐다.
초등학생 2~3학년때 쯤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나와 형은 어릴 때 내가 살던 동네
(부산 사직동)에 위치했던 한 국밥집으로 향했다.
아버지의 고향 선배분이 장사를 하시던 가게 였는데,
가게에 들어서는 첫 느낌부터 어린 내게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돼지국밥집의 특유의 냄새랄까,,
뭔가 돼지 비린내와 새우젓 냄새가 섞인 냄새가 진동했고,
어린 내게는 지금은 입맛이 다셔지는 냄새지만,,
그 당시는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그런 냄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주문을 해서 돼지순대국밥이 나에게로 도착했는데,
그 첫 인상이,,
출처 - 봉봉님의 네이버 블로그! 주소 친절히 나와있네요!!
부산 사직동에 위치한 2층돼지순대국밥
사직동의 맛집 중 하나이다!
일단 고기가 엄청나게 컸고, 그 안에 들어있는 순대의 비주얼도 그닥,,
그리고 일단 국물의 색깔이 약간 탁하고 검했다.
흰 국물과 빨간 국물은 먹어 본적이 있지만,
이런 색깔의 국물을 초등학생 2학년이 이해하기에는,,
나와 형은 그렇게 먹는 둥 마는 둥 국밥의 대부분을 남겼다.
그때 아버지는 이렇게 말을 했었던 것 같다.
" 이게 진짜로 맛있는건데, 느그가 먹을 줄 모르네! "
아버지,, 초등학생이 어떻게 그런 음식을 먹을 줄 알겠어요,,
근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버지 말은 옳았다.
돼지국밥은 진짜로 맛있는 음식이었다.
돼지국밥은 애초에 부산이 원조인 음식이기에,
(한국전쟁 당시 밀면과 함께 피난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알려진다.
냉면을 먹고 싶었던 사람들이 밀면을 만들어냈고,
설렁탕 등 고기국을 먹고 싶었던 사람들이 비교적 싼 돼지고기로 돼지국밥을 만들어냈다)
부산 사람인 나는 접할 기회가 많았고,
고등학생 이후부터는 챙겨먹는 아니 찾아먹는 그런 음식이 되었다.
그렇기에 돼지국밥에 얽힌 에피소드가 나름 많은데,,
우선 짧게 두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0살 대학교 1학년때의 일이다.
나와 친구들은 동아리방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밤새 술을 마시고
거기서 뻗어서 잤던 그런 날이었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밝고,,
우린 수업대신 해장을 하기 위해 나섰다.
" 뭐 먹으까? 문 연데 있나? "
" 몰라,, 지금 이 시간에 국밥 집 밖에 없을 걸..? "
" 그라면 국밥 먹으러 가자~ "
" 가자! 그래 가자! 가자! "
학교 앞에 위치한 다소 허름한 돼지국밥집 이었는데,
사실 맛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평균 이상은 되었던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부산에서는 어딜가서 먹어도 평균 이상은 된다.
그 자리에는 나와 돼지, 대퐁이, 진수
그리고 한 두명이 친구가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전 날 마신 술로 인해 속이 허했던 우리들은
돼지국밥이 나오자마자 열과 성을 다해 국밥을 흡입했다.
그 중에서 대퐁이의 흡입 속도는
마치 삼국지 만화에서 장비가 술을 마시는 속도와 비슷했는데,
그래도 대화를 이어가며 국밥을 먹어가던 우리와는 달리
대퐁이는 걸신이라도 걸린 듯 국밥을 먹어댔다.
근데,, 그러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입에 국밥이 가득한채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사래가 걸렸나보다..
대퐁이는 입 안에 가득한 씹다만 국밥을
앞자리에 앉아있던 진수의 면상에 다 뱉어내고 말았다.
" 아 돼지새끼~ 그렇게 쳐 물때 알아봤다 "
대퐁이와 진수를 제외한 우리는 웃음보가 터졌다.
조금 뱉어낸것이 아니다..
가득 담은 세 숟가락 분량의 씹다만 국밥이 진수 얼굴로 향했었다.
대퐁이는 미안해하며 진수를 닦아주려고 했지만,
진수의 화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당시 생각해보면, 진수는 화를 그렇게 많이 내던 아이도 아니었고,
사실 대퐁이보다 진수가 더 돼지였다.
그 누구보다도 국밥이 잘 어울리는 면상의 대퐁이와 진수,,
이 사건으로 둘이 멀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대퐁이가 음식을 급하게만 먹으면 우리는
" 돼지새끼~ 그렇게 쳐 묵으니!! "
를 남발하며 대퐁이를 놀려댔다.
아마 이제 삶의 여유를 조금 찾아가는 대퐁이는
조금은 여유롭게 음식을 먹지는 않을까?
아니다..
불과 한 달 전쯤에인가,,
대퐁이와 술을 마시고 마지막으로 국밥집으로 향한 기억이 있다.
난 배가 불러 1/3 정도는 남겼는데,
대퐁이는 이미 국밥 그릇을 비웠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나도 음식을 빨리 먹는 편에 속하는데 말이지,,
나는 지금 대퐁이와는 친하게 잘 지내고 있지만,
진수와는 연락을 하지 않고 살고 있다.
대퐁이와 진수도 마찬가지인데,
언젠가 둘이 다시 만나서 국밥을 먹는 장면을 보고 싶다..
ㅋㅋㅋㅋ 내 욕심인가?
국밥 편을 마치면서,,
5살때 부터 내 친구였던, 베스트 프렌드?
제모가 생각이 났다.
제모는 항상 연애에 서툴렀다.
아니 서투르기보다는 맞는 표현일지 몰라도 여자한테 당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한 번 제대로 좀 똘끼 충만한 연상의 누님을 만난적이 있는데,
이때 맘 고생이 특히 심했다.
제모는 그럴때마다 집 앞에 위치한 학 국밥집으로 향해서
혼자 국밥과 소주 2병을 비우곤 했다..
출처 - 020music.blog.me
제모가 항상 향했던 부산 사직동의 경주박가국밥
위의 모습은 현재 리모델링을 마친 상태지만, 제모가 향할때는 좀 더 구수한 형태의 모습이었다.
그 당시 20대 후반 정도 되는 나이었는데,
그 당시의 남자들이 식당이든 술집이든 혼자 가서 술을 먹는 모습은
좀 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기에,
우리는 그 국밥집을 '제모BAR'라고 불렀다.
아직도 제모가 혼자 쓸쓸하게 제모BAR로 향하던 모습이 선하다.
지금 제모는 결혼까지해서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어서
혼자 국밥집으로 향하는 일은 없겠지만,,
흠 앞으로도 없길 빈다!!
이제는 진짜 마지막으로,
어떤 친구가 되었든 전 날 술을 옴팡지게 마시고,,
다음 날 부시시한 모습으로 같이 국밥집으로 가서 해장을 하는 모습
그런 모습이 약간은 많이 그리운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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