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감의 추억 (꼬막)
Midnight Diner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 운동장은 당연히 흙으로 되어 있었고
운동장 한 쪽에 씨름장이라고,
모래로 둥글게 만들어진 공간이 있었다.
다들 기억나시죠?
타이어로 둘레를 만들어놓은 저 디자인이란 참,,
그 씨름장에서 모래를 뒤적거려 조개 껍질을 찾아내어서
조개 껍질들끼리 눌러서 부숴지는 쪽이 지는
'조개싸움'이라는 놀이를 하며 논 기억이 있다.
대개 '코뿔소'라고 불리던 한 쪽 끝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조개를 찾아낸 사람이 주로 이겼는데,
한 번씩 전 날 집에서 먹은 꼬막 껍질을
직접 학교까지 들고와서
모든 이들의 챔피언이 되는 녀석들이 있었다..
이봐 그건 엄연히 반칙 이라고,,
우리집은 엄마가 꼬막의 껍질을 까서
양념장을 발라서 반찬을 해줬기 때문에,
꼬막의 껍질을 제대로 본적도 없고,
껍질이 그렇게 두껍고 강한줄도 몰랐다.
여튼 꼬막 껍질을 구하기가 힘들었던 나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제모'에게 도움을 청했다.
제모의 할머니는 조개집을 하고 있었다.
난 그 조개집에서 꼬막은 상대도 안되는 백합 껍질을 구했고,
제모가 대합 껍질을 들고 나타나기 전까지는
조개 싸움 챔피언에 등극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어느새 내 기억 속에서 그냥 반찬일 뿐이었던
꼬막의 기억은,,
2009년 여름 내 나이 26살에,,
확실한 추억을 남기게 된다.
앞서 몇 번 다뤘듯이 난 대학교 다닐 때
한 동아리의 회장이었는데,
3학년 재학 시 회장 자리를 맡았었고,
4학년에 올라가면서 후배에게 회장 자리를 넘겨줬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아리의 여름 엠티 기간이 다가왔고,
회장을 맡은 후배 녀석이 엠티에 꼭 참석해주길 바란다고
하도 쪼르고 쫄라서,, 4학년 임에도 엠티에 참여하게 된다.
(사실 4학년들은 엠티에 잘 안 나타난다... 민폐 였던가?)
그때도 썩 내키지 않았던게,
일단 1박2일도 아니고 2박3일의 일정이었고,
장소가,,,, 전남 벌교.....
그 당시 부산에서 3시간 가량이나 걸리는 먼 곳 이었기에
썩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가게 되었다.
벌교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는 당시 회장에서 물었다.
" 회장아, 우리 가서 뭐 먹니? 안주는? "
" 네 행님! 벌교 간다 아입니까! 벌교가면 꼬막 먹어야지예~ "
" 꼬막? 거기가서 사면 싸나? 해먹을줄 아나? "
" 싸긴 뭘 싸요! 가면 다 뻘인데 거기서 우리가 직접 캐야지요~
그리고 요리는 행님이 다 할거 아입니까 ㅋㅋ "
이런 뭔 강아지 소리인지,,
그래 뭐 꼬막 요리,, 그닥 어려운건 아니니깐,,
내가 한다고 치더라도,, 우리가 직접 캔다고?
" 진짜 우리가 캔다고? "
" 네 형님~ 진수 형님이 거기가면 다 뻘이라서
꼬막 2박3일치 먹을 거 충분히 캔대요! "
아 그랬다.. 이 모든건 진수의 농간이었다.
(진수는 돼지국밥편에 나왔던 그 진수다..)
후배들은 진수의 말만 믿고,
쌀과 김치 그리고 술만 준비하고 다른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단다..
그러게 엠티비가 좀 싸긴 했어,,,,
" 야 아무리 거기가 꼬막이 많다고 해도,
2박3일동안 어떻게 꼬막만 먹노? "
" 에이 거기 꼬막은 맛이 죽인데요~ 믿고 가보입시다!! "
그렇게 반신반의하면서 벌교까지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벌교에는 진짜로 뻘이 천지였다..
여기도 뻘 저기도 뻘 이족에도 뻘 저쪽에도 뻘..
뻘의 천국 벌교!!
벌교에 도착한 진수와 후배 녀석들이 벌교를 캤다.
난 당연히 꼬막 채취따위에서는 빠졌다..^^
10명이 넘는 아이들과 뱉은말이 있던 진수는 꼬막을 캐러 나갔고,
난 돼지와 기타 녀석들과 양념장을 준비했다.
꼬막 양념장이라고 뭐 있나?
간장에 고추가루 넣고 설탕 조금 넣고 참기름 조금 넣으면 끝!!
아 깐마늘 좀 넣으면 더 좋다!!
그렇게 녀석들이 꼬막만 캐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 행님!! 여기 꼬막 캐왔습니다!! "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의 꼬막이었다..
한 20키로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그래 이 정도면 2박3일동안 충분히 먹고 남지,,,
그런데 갯벌에서 막 캐와서 그런지,,
꼬막의 비주얼이 가히 참..
녀석들이 캐온 꼬막은 대충 이런 모습이었다..
꼬막 반,, 뻘 반..
" 흠,,, 이거 이대로는 못 먹겠는데?
잠시만 물어보고 올께~ "
여튼 요리를 책임지게 되었던 나 이기에,
제대로 된 요리를 했어야 되기 때문에,
내 알아서 요리를 하기 보다는 검증 된 자원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그렇게 민박집 아줌마에게로 갔다.
" 아주머니, 이 꼬막 캐온거 먹으려고 하는데요..
이거 삶아서 껍질 벌리면 다 익은거고
그 뒤에 양념장 발라서 먹으면 되지요? "
" 응 학생, 그렇게 먹으면 되지! 아 그리고 해감 해야지!! "
해감....?
아 들어본 기억이 있다..
물에 담궈서 조개가 품고 있는 흙을 뱉어내게 하는 작업이었던가..
" 아 네 해감!! 그것부터 해야 되네요?
그건 한 한시간 하면 되나요? "
" 무슨 소리~ 최소 하루는 해야 돼!! "
띠로리~~
우리가 시장이나 마트에서 산 꼬막이라면,
해감을 안하거나 한 두시간만 해감을 하면 되지만,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꼬막은,
막 갯벌에서 캔 꼬막이기에,,
최소 하루 아니 이틀은 해야 제대로 먹을 수 있다나,,,
그렇게 난 진수를 포함한 녀석들이 불러 모아서 개지x을 했다.
단순히 꼬막을 당장 못 먹어서 아니라,
엠티를 책임지는 녀석들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책임하게 일을 진행 한것에 대해 심하게 질책을 했다.
" 그래서 지금 당장 뭐 먹을건데? 응? "
" 네,,형님,, 지금은 밥이랑 김치랑 과자 조금 밖에,, "
" 회비.. 회비는 얼마 남았노? "
" 진수 형님이,, 꼬막 먹으면 된다고 해서
회비는 이미 다쓰고 없습니다.. "
멀리까지 온다고 차량 렌트비에 주유비 등 그리고
술 사는데 회비를 다쓰고,, 회비가 남아있는게 없단다..
저것들 해감해서 내일 먹는다고 해도,,
오늘은 어쩌란 말이냐,,
난 급하게 나를 포함한 4학년 중에 엠티에 참여한 놈들을 모았고,
그 놈들에게 얼마씩 돈을 각축했다..
사실 이러려고 4학년들 오는거지 뭐..
그 돈으로 근처에서 돼지고기를 구입해서
급하게 두루치기를 만들어서 그 날 밥과 술 안주로 먹었다..
뭐 다음날은 저 맛있는 꼬막을 먹을수가 있으니깐,,
문제는 다음 날,,
해감에 대해서 무지했던 우리는
수돗물에 맛소금을 섞은 물에 꼬막을 해감했고,
여튼 그 물에도 나름 해감은 됐었지만,
물에 담가둔 꼬막은 계속 해서 뻘을 뱉어내고 있었고,
수시로 물을 갈아 주고 있었지만,
저녁에 다 되어서도 계속 해서 해감은 이어졌다.
도저히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라서 일단 삶아보자 싶어서
꼬막을 삶았다..
꼬막은 삶기고 뚜껑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많은 뻘을 뱉어냈다.
삶으면서도 이걸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일단 다 삶고 양념장을 발라서 진수한테 먹였다.
" 윽~~ 흙 냄새.. 흙 맛 퉤퉤 "
그랬다.. 우린 이틀째에도 꼬막을 못 먹었고,,
난 또 4학년 녀석들과 이제 3학년 녀석들까지 불러서
돈을 각출하고 근처에서 돼지고기를 구입해서
급하게 두루치기를 만들어서 그 날 밥과 술 안주로 먹었다..
맞다 우린 내가 만든 맛있는 두루치기를 먹기 위해
멀고 먼 전라도 벌교까지 갔었다!!
이 녀석들은 이 상황에 뭐가 좋다고,, 이렇게 놀고 있었는지,,,ㅋㅋ
왼쪽이 돼지, 오른쪽이 문제의 발단 진수!
벌교까지 가서 우리는 두루치기만 먹고 돌아왔지만,
그 나이에 학생들은 뭐,, 술만 들어가면 다 즐겁지..
그래도 나름 재밋게 놀다가 돌아왔다..
꼬막을 제대로 먹지도 못한게 한이 되어서 그런지,
지금도 가끔 술을 마시면서 꼬막을 안주로 먹곤 하는데..
그때 조금만 제대로 해감을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크다 ㅋㅋㅋ
뭐 어차피 다 지나간 일인데,,,,,
벌교 엠티에서 돼지와 김소주라는 후배 녀석 한 명이,
민박집 진돗개를 괴롭히다가,,
스트레스를 받은 진돗개가 자기 새끼를 물어 죽였다.
돼지와 김소주는 민박집 아줌마로부터
그 진돗개가 엄청난 혈통의 진돗개라며
1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았었는데,,
어찌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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