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의 돈까스 (한국식 돈까스)
Midnight Diner10년은 더 된 내가 군대를 제대한지 얼마 안 되었을때의 일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공부? 아르바이트? 운동? 다 제쳐두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을때,
전 날 술을 엄청 마시고 11시가 다 되어갈때까지 침대에 뻗어있었다..
" 학아! (난 집에 학이라고 불린다..) 엄마랑 백화점가자!!"
저 아줌마가 왜 저러지.. 갑자기 왠 백화점이람,,
엄마랑 같이 쇼핑을 간게,, 중학생 때 였나,, 의아함에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 아빠 카드 슬쩍했다! 빨리 가서 이것저것 다 사자!! "
그렇지! 그거지! 난 서둘러 엄마와 함께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사정을 들었다..
어제 밤,, 그러니깐 내가 밖에서 얼큰하게 술에 취하고 있을때 쯤,,
아빠가 집에 귀가를 했고,,
아빠의 외투에서 단란한 곳의 영수증 100만원짜리를 엄마가 발견을 한 것이다..
그로인해 엄마와 아빠는 심하게 아주 심하게 말싸움을 하셨고,,
엄마는 그 사이에 아빠 카드를 슬쩍하고는 나와 함께 백화점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나이스
" 오늘 완전 다 사버릴꺼야!! 한도 초과 될 때까지 다 써버리자 학아!! "
" 응 알겠어요!! 어머니!! ㅋㅋ "
하지만 우리의 쇼핑은 그리 길지도,, 그리 손이 무겁지도 않았다..
엄마는 남편의 과소비에 기분이 나빠 남편의 카드를 슬쩍한 여자이기도 했지만,,
주부가 먼저였다..
막상 백화점에 가서는 왜 이리 가격이 비싸나며,, 막상 입을 일도 없다며,,
옷 사기를 망설이다가,,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그러고는 내 옷이라도 사자고 나를 부추겼지만,,
나도 뭔가 선뜻 당기지 않아 됐다고 그냥 돌아가자고......그랬다..
" 학아 그럼 우리 맛있는거 먹고 가자! 우리 오랜만에 돈까스 먹을까?"
돈까스? 돈가스? 그 돼지고기 빵가루 묻혀서 튀긴 그거?
맛있기야 하지만,, 맛있는거 먹자고,, 비싼거 먹을것 처럼 해놓구선,,
엄마는 이상하게 백화점 식당가를 싫어하신다..
그래서 백화점에서 나와서 근처의 한 돈까스 집으로 나는 엄마를 안내했다..
내가 엄마를 데리고 간 돈까스 집이다..
(가게를 홍보를 할 생각도 없고,, 폄하를 할 생각도 없으니 일단은 모자이크)
돈까스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엄마가 하는 말을 들으니,, 옛날 생각이 문득났다..
어릴 때 내가 초등학생 쯤 일때,, 우리 가족은 돈까스를 먹으러 자주 외식을 했었다..
그 시절에는 돈까스가 나름 고가의 메뉴였고,, 돈까스를 판매하는 곳 자체도 많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양식 메뉴를 판매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시초였던 곳이
바로 돈까스 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돈까스를 먹으러 가는 내내 엄마는 기대감이 아주 컸다..
" 옛날에 아빠랑 엄마가 데이트 할때,
아빠가 어찌 알고 부산역에 돈까스 집에 갔는데 너무 맛있는거야~
그때는 돈까스가 뭔지도 모르고 아빠도 마찬가지였지..
나이프를 주는데 이게 뭔가 하고 ㅋㅋ"
뭔가 응답하라 시리즈나,, 옛날 영화에서나 볼법한.. 그런 이야기를 엄마가 들려줬다..
그래도 엄마가 돈까스 먹을 생각에 기뻐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가게가 들어가서 메뉴판을 엄마에게 보여줬다..
" 엄마 뭐 먹을래? 난 등심까스! "
" 어,, 엄마는 그냥 돈까스 "
" 그러니깐 어떤 돈까스? "
" 돈까스가 돈까스지 어떤 돈까스가 어딨노? 그냥 시켜라"
뭐야.. 모르면 메뉴판이라도 보던가.. 난 그냥 내가 시킨 등심까스를 엄마도 똑같이 시켜줬다..
그런데,, 돈까스가 나오자마자,, 엄마는,,
" 이게 뭐고? 왜 돈까스가 썰려져 있노?"
" 요새는 다 썰어서 나온다! "
" 그게 뭐고? 그리고 소스는 왜 없노? "
" 여기 있자나 여기에 직접 찍어 먹으면 된다 "
" 스프도 안주나? 스프 말고 이 된장국 같은 건 뭐고? "
그랬다.. 엄마에게는 일식 돈까스는 처음보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일식 등심까스를 먹는 내내 나에게 불평불만을 털어놓았다..
" 이게 무슨 돈까스고? 하나도 안 돈까스다!!
이게 어떻고 저떻고 이게 뭐고... 궁시렁 궁시렁 "
" 그냥 먹어라!! 좀!! 맛있기만 하구만!! 그런 돈까스 이제 안판다!! "
하지만 엄마는 먹는 내내 좀 처럼 일식 돈까스를 제대로 먹지도 못 하고,, 맛있어하지도 않았다..
엄마에게는 이런 돈까스가 돈까스라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엄마는 일식 돈까스를 부정했고,, 기껏,, 데리고 왔던 나도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못했다..
엄마와 나의 쇼핑과 외식은 너무나도 찝찝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어쩌면 엄마는,, 돈까스가 진짜로 먹고 싶었다기 보다는,,
아빠와 데이트할때의 기억과 나와 형을 데리고 어릴 때 외식을 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돈까스가 아닌,, 조금은 많이 생소한 일식 돈까스를 먹게 되니,,
크게 실망을 했나보다..
그 당시에는 일식 돈까스가 갑자기 큰 인기를 타서 많은 가게가 생기고 있을 때 쯤이었고,,
우리가 아는 한국식 돈까스집은 거의 없어지고,, 분식집이나 김밥헤븐 같은 곳 에서
만들어진 돈까스를 튀겨서 파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은 왕돈까스나 직접 한국식 돈까스를 수제로 만들어서 파는 가게가 많이 생겼다..
기회가 되면 엄마를 데리고 스프도 나오고 직접 썰어서 먹는 돈까스 집에 가야겠다..
엄마 아니,, 조명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60대 여성에게
돈까스는 아직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지?
남편이 될지도 모르는 한 남자와 데이트하던 시절 먹었던
그 돈까스는 아직도 기억이 뚜렷한지..?
돈까스를 좋아하는 꼬마 둘을 데리고 나가서 먹었던
돈까스의 기억도 뚜렷한지..?
난 엄마 때문에 한국식 돈까스 먹을때마다 엄마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부산 동래구 온천장에 위치한 '돈까스의 집' 식당이다..
어릴 때 나와 형 그리고 엄마,아빠가 외식으로 하러 갔던 바로 그 식당이다..
몇 달 전인가,, 우연히 이 거리를 지나다가 반가워서 밥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먹었던 기억이 난다..
난 이때 비후까스를 먹었다.. 비프까스.. 비프카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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