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맛이 난다고? (고량주)
Midnight Diner술을 마신 다음 날 해장을 하기 위해
중국집으로 전화해서 짬뽕을 주문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술에 찌들려 본 사람이라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오늘 이야기는 그렇다 찌들린 얘기다..
10년 정도 지난 일으로 기억을 하는데,
내가 20대 중반의 일이니,,
그땐 뭐 다들 그렇지 않나?
나와 친구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만나서 술잔을 기울였다.
6~7명의 친구들이 만나서 술을 마신 것 같은데,
1차를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2차로 중식 주점을 찾았다.
지금은 찾아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번화가마다 자주 보였던 '상하이 객잔' 이라는 중식 주점 이었다.
부산 동래역 근처에 위치했던 우리가 갔었던 상하이 객잔이다..
현재는 1층 조선 칼국수와 2층 상하이 객잔 모두 다른 가게로 바꼈으므로,,
뭐 거림낌 없이 그대로 올린다!!
1차에서 이미 얼큰하게 취해있었고,
2차에서 뭐가 그리 배가 부르겠냐?
6~7명이서 탕수육 큰거 하나랑 짬뽕탕 하나 시켜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근데 저 멀리 다른 테이블에서 고량주 (빼갈)을 마시는 사람들이 보였다.
" 야! 우리도 저거 마셔볼래? "
" 메뉴판 달라고 해봐! "
" 보자 보자.. 천진 고량주? 이거 싸네 작은거 4천원밖에 안한다! "
" 시켜라!! 시켜라!! "
그렇게 우리는 고량주를 한 병 시켰는데,,
우리 앞으로 도착한 고량주는,,
사이즈별로 가격이 달랐다.
우린 당연히 제일 싼 제일 작은 사이즈를 시켰었고,
6~7명이 일인 당 한잔도 안되는 그런 작은 용량이었다.
" 엥 이게 뭐고? 이게 4천원이가? "
" 한잔씩만 못 마시겠네? 몰라 빨리 마시면 마시면 되지! 난 마신다!! "
한 친구가 뭣도 모르고 자기 소주잔에 고량주 한 잔을 따라서 마셨다..
난 말리지 않았다.. 말릴 필요가 있냐고?
앞선 포스트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사실 난 중식 레스토랑 서빙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때 천진 고량주는 물론이고 갖가지 고량주를 마셔봤었다.
어땠냐고? 풋
" 으아아아아앙나앙악~ 이게 뭐고? 아 목이 탄다 타 식도가 타고 있다 "
마셔본 사람은 안다.
특히 천진 고량주는 도수가 48%에 이른다.
한 두번은 맛을 봤던 스카치 위스키와 도수는 비슷하지만,
고량주 첫 경험의 짜릿함은 위스키 첫 경험의 짜릿함의 10배 아니 100배 이상이다..
" 미친놈 ㅋㅋ 우리가 이거 마시면 죽는다!! "
난 중식 레스토랑에서 일할 당시에 고량주를 맛 본 후,,
일이 진짜 힘들 때, 육체적 고통을 잊기 위해 한잔을 마셨던 기억이 났다.
그 만큼 적어도 나에게는 에너지 드링크를 넘어서는 마약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겁 없을 나이의 친구들 몇 명은 자신있게 고량주를 마셔봤고,,
다들 우웩 우웩을 외쳐대며
" 저거 갖다 버려라!! "
소주 한 잔 정도의 양이 남아있는 고량주의 병을 '희쇠' 라는 친구가 들었다.
(희쇠는 희성이 변강쇠라는 뜻이다)
그러고는 소주가 담겨져있는 자신의 소주잔에 고량주를 조금 따라더니 한잔을 원샷했다.
" 끼야아악,, 와우 야 이거 맛있다!! 위스키 맛 난다! "
" 뭐? 뭐라고? 위스키? "
20대 중반의 나이였던 남자들에게 위스키는 나름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당시는 위스키를 파는 곳이라고는 여자들이 나오는 술집이나 나이트 밖에 없었고,
그만큼 고가를 줘야 마실 수 있는 그런 비싼 술이었다.
희쇠의 말을 믿고 우리는 천진 고량주를 더 시켜서
모두들 자신의 소주에 고량주를 타서 마셨다.
비율은 8:2 정도?
근데 이건,,
유레카!!
진짜로 소갈 (소주+빼갈)에서는 위스키 맛이났다.
그 당시 하이트진로 회사에서 나왔던 '랜슬롯'이라는 저가 위스키가 있었는데,
그 위스키의 맛과 비슷했다.
특유의 박카스 향 같은것이 나는 톡쏘는 맛이라고 할까?
내 친구들,,
왼쪽에서부터 한데렐라, 이밥솥, 도토끼, 제모, 찌바리, 폰태
그리고 오른쪽 밑에 거대한것이 득보
희쇠는 사진에 없네,,
그리고 무톰보랑 돌콩도 안보네요..
다들 엄청 촌스러워 보이는데,, 나름 이때는 이게 유행이었을 겁니다..
우린 모두 극찬을 하며 소주와 천진 고량주를 타서 만든 소갈을 마셔댔다.
지금이야 보드카나 데낄라나 아그와? 이런 것들 팔기도 많이 팔고
위스키도 쉽게 접할수 있지만,, 그땐 정말 비쌌고 파는 곳도 많이 없었다.
보드카로 유명한 앱솔루트도 오리지널 말고는 국내에 시판되는 것도 거의 없던 시절이라,
소갈은 우리에게 너무나 맛있는 술이었다.
그렇게 천진 고량주 병만 5병을 넘어갈때 쯤 이었다..
다소 재밋는 상황이 벌어졌다.
난 소갈이 맛있긴 했어도 고량주의 위험성을 알기에 조절해서 마시고 있었는데,
뭣도 모르고 맛있다고 계속 마셔대던 친구들이
한 두명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소주와 타서 마시긴 했어도
내가 대충 계산해봐도 도수가 28도 가량은 되는 술을
스트레이트로 그렇게 마셔댔으니 버틸수가 있나?
위스키처럼 얼음을 넣어서 마신것도 아니고..
정확히 나 그리고 한 명,, 누군지는 모르겠다..
제외한 모든 친구들이 술집에 뻗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난 친구들 사이에서 술이 약한편에 속하기도 하고,
20대 중반의 남자들이라면 한창 술을 잘 마실 때의 나이인데,,
2명 빼고 4~5명이 술집.. 2차에서 뻗다니!!
부산 남자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존심에 금이 갈,, 아 됐고..
그렇게 어떻게 다들 집에가고 어떻게 헤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린 앞으로 어디서 술을 마시든,
안주가 아무리 좋은 중식 메뉴라고 해도 고량주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고량주는 나와 친구들에게 공업용 메탄올 취급을 받는 그런 술이 되어버렸다.
지금 글을 적고 있는 난,,
사정이 있어서 앞서 언급한 친구들과 잠시 떨어져있다.
야부리의 심야식당이라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생각해보니,,
반 이상이 친구들과의 에피소드인데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영화 친구에서 나온 대사가 사실이라면,,
언젠가는 다시 좋은 모습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 친구 아이가~ 친구끼리 미안하거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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